작성자	김규민	작성일	202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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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 후기

이번 합숙은 나한테 여러모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합숙인 것 같다. 사실 내게 원래 합숙이라 함은 2박 3일 각오하고 다 같이 연습만 하는 그 합숙이었는데, 이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어색한 합숙이 이번 합숙이 아닌가 싶다.

내가 했었던 이전의 공연들에서는 합숙 전에도 어느 정도 팀 별로 극 자체가 자리가 잡힌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내 기억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합숙 전에도 큰 어수선함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합숙은 선생님들의 자극으로 인해 실력이 향상되는 자리. 그야 말로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했던 그런 자리였는데.

이번 합숙은 다들 준비가 안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느낌보다는, 아직 제대로 된 자리조차 안 잡힌 느낌이었다. 내가 정B만 뛰어서 인지는 몰라도, 앉아있는 시간이 연습하는 시간보다 더 많게 느껴져 꽤 힘들었었다. 물론 그 시간엔 대본을 보며 내 캐릭터를 분석해보고 이 장면은 어떻게 할지 구상해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구상 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집에 오면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연기 연습을 짬짬히 해보고, 어떻게 하면 이 포그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이 있을지 생각 해보았다.

앞서 말한 과정을 반복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바로 포그라는 역할에 대한 난이도이다. 바로 전 역할이 포그와는 상당히 대조 되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는 "미녀와 야수" 의 개스톤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5년 동안 꾸준히 뮤지컬 극단 생활을 해왔던 나에게도 포그는 특히 어렵게 다가온 역할이다. 원래 나는 한 배역을 맡을 때, 연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그 배역의 특징을 일상 생활에 적용해보는 습관을 가졌었는데 (예를 들어, 개스톤을 맡았을 때는 아주 오만하다는 특징을 반영해 아예 대본 하이라이트도 치지 않았던...그런 적도 있었다) , 이번 포그는 그게 불가능했다. 계획적이고 냉정하지만 차분하며 화도 잘 안 내지 않나, 표정에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말에서 다 드러나지 않나, 파스파르투가 잘못했으면 버리고 간다고 해놓고 막상 잡혀가니 구하려 하지 않나...참으로 일관성이 없어 일상 생활에 적용한다 한들 도움이 안 되겠다 싶었다. 그 대신, 이번 합숙을 통해 다른 교육팀 포그 동생들과 각자 다른 역할 해석을 보고 들어보며 참고 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수선했던 연습과는 무관하게, 항상 정단원팀의 연습은 단원들의 열정과 욕심이 느껴져 좋은 연습인 것 같다. 전에 정단원팀을 할 때는 항상 내가 욕심 가득한 남자 막내였었는데, 이젠 그 포지션은 다른 동생들이 차지하는 걸 보며 아직 정단원팀 완전히 죽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항상 그런 열정을 가지는 건 자신들을 더 나은 배우로 이끌 수 있다는 걸 동생들이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단장님께서 말씀 하셨던 듯이, 결국 정단원팀은 실력이 뒷받침이 확실히 되어줘야 한다. 아직 팀으로써 부족하고, 나의 포그도 부족하다 느끼지만, 하루 남은 합숙과 매일 연습을 통해 향상된 실력으로 무대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힘내자 정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