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수린	작성일	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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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단원 단합대회 후기

이번 정준단원 단합대회 때는 '민들레 피리' 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윤동주 시인에 관한 뮤지컬인데, 뭔가 '시'하면 좀 지루한 이미지기도 하고 등장인물도 2명이라길래 사실 기대를 전혀 안하고 있었다. 근데 보면서 4번이나 울어버렸다..ㅎ 일단 첫번짼가 두번째 넘버에서 윤동주와 윤일주가 같이 별 보고 노래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이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라 행복해서 울었다(?) 두번째는 기차역에서 윤일주가 윤동주를 배웅할때 헤어지는게 슬퍼서 살짝 눈물만 맺혔는데 뒤에 윤동주가 부르는 '민들레처럼 살라' 는 메세지를 담은 노래가 왠지 되게 슬퍼서 눈물샘이 터졌다. 세번째는 형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윤일주가 부르는 넘버였는데, 그냥 갑자기 윤일주에 내가, 윤동주에 가족이 대입되면서 슬퍼졌다. 넘버가 끝나고 윤동주가 체포되었다는 편지를 받는 부분까지 더해져서 그 씬이 유독 분위기가 무겁고 암울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 세번은 눈물 몇줄기만 흐르는 정도고 그렇게 막 엄청 슬프진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였다. 엄...사실 중반부가 사알짝 지루해서 혼자 상상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윤동주가 상자에 자기 시들을 담고 윤일주가 쓴 편지만 죄수복 주머니에 넣는거 보고 정신차렸다. 그 전 부분에 집중을 안해서 저게 뭘까.. 설마 유품 정리하는건가? 하고 또 딴생각(죄송합니다..)하다가 윤일주가 상자 쓰다듬는 장면에서 한번 더 정신이 들었다. 상황파악 못하고 있었는데 윤일주가 형의 무덤 주변에 민들레가 많이 폈다 이런 느낌의 대사치는거 듣고 윤동주가 죽은걸 그제야 알게됐다. 일단 그 대사에서 눈물이 한번 터졌다. 원래 누가 죽으면 죽은사람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이 생각나서 더더 슬퍼지는데 이 극에서는 아예 리프라이즈로 보여줘버렸다. 극 초반의 행복했던 장면을 윤일주의 상상?느낌으로 리프라이즈 했는데 그 장면이 내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해버렸다. 그냥 윤일주가 형 보고싶었습니다 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 이후로 리프라이즈 장면 내내 정말 슬펐다.(바로 뒤 관객분들 시끄러울까봐 진짜 채아언니랑 둘이 필사적으로 입막고 울었다ㅋㅋ) 그리고 마지막 암전 전에 윤동주랑 윤일주가 서로 꼭 안아주는데 거기서 한번 더 터졌다. 마지막에 안아주면서 암전되는 연출 진짜 너무 슬펐던거 같다.
나는 처음 중간이 어땠든 후반에 울었으면 앞에 다 까먹고 그냥 '무척 감동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명작' 이라고 생각해버리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끝나자마자 왠 폭탄 소리들이 들리길래 뭐지 했는데 관객분들이 기립박수칠려고 일어나면서 의자 접히는 소리였다ㅋㅋ 그동안은 기립박수치면 그냥 혼자 앉아있기 눈치보여서 따라 일어나는 느낌인 극도 몇개 있었는데 이번극은 후반에 오열을 해서 그런지 진짜 진심으로 기립박수 쳐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어났다. 1시간 40분동안 두명이서 무대를 계속 채우고 그 많은 넘버에 삑사리 한번 나지 않는게 대단한 것 같다. 아무리 서정적이고 잔잔한 극이여도 거의 1시간 40분 내내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재밌는 공연' 보다도 '좋은 공연' 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뮤지컬 같았다.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되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달까. 기대를 한참 넘어서서 재관람 의사까지 만들어버린 공연이였다. 극단서울 아니였으면 이런 서정적인 2,3인극 절대 안 봤을텐데 덕분에 정말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화려한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마음 편하게 보고 올 수 있는 극도 도전해봐야겠다. 좋은 뮤지컬 보여주신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뮤지컬 관람 후 저녁을 먹으러 고깃집에 갔다. 원래 고기 진짜 싫어했는데 몇달 전부터 갑자기 맛있어져서 이번에도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 테이블은 기원이 오빠가 구워줬는데 오빠가 고기를 진짜 잘 구워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공연 관람 후기를 짧게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 말고도 운 사람이 꽤 많길래 위안이 됐다.(울 때마다 옆이랑 앞에서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내가 이상한건줄...알았다..) 새로 정준단원이 된 단원들의 장기자랑도 봤는데 다들 열심히 해서 정말 재밌었다. 정준단원이 모두 모여서 함께 뮤지컬도 보고 밥도 먹으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뜻깊은 시간 마련해주신 단장님, 연출 선생님 정말 감사하고 앤 공연도 정단원으로서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