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반채아	작성일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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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단원 단합대회 후기

이번 정준단원 단합대회에서는
뮤지컬 <민들레 피리>를 보러 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윤동주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첫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 나는 이 공연이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를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걸 느꼈다.
첫 시작부분,, 윤동주가 동생 일주와 장난치며 웃는 장면부터 눈물이 났다. 왜냐면 이미 그의 인생의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평화롭고 밝은 순간조차도 슬픔으로 보였다. 그의 웃음이 아름다울수록 그 웃음을 지켜주지 못한 시대가 미웠다.
또 일주는 자기는 아직 어리다고 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깊고 단단했다.
장난칠때는 정말 어린아이같기만 했던 일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곧은 생각들이 마음을 울렸다.
나는 오히려 일주의 단단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보고싶은 형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곁에 있어주는 말, 너무 마음이 아프다. 지금의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윤동주의 시가 한 편씩 등장했다.
익숙한 시였지만 음악과 목소리, 무대 위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다시 들으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하나씩 밀려왔다.
그저 외웠던 시가 이제는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윤동주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시를 사랑하고, 친구와 가족을 아끼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 그가 위대한 인물이 된 이유는 거창한 영웅적인 행동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 없이 살고자 했던 그 일상의 결심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의 시 속 고요한 저항과 조용한 다짐들이 어쩌면 가장 강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가 암전되는 그 순간, 나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고 오래도록 내쉬었다.
가슴 깊은 곳이 저릿했고,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 짧은 한 편의 공연이 내 안에 큰 울림을 남긴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나라를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며, 하고 싶은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이 공연이 다시 깨닫게 해줬다.
그 당연함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평범한 삶조차 내던졌다는 걸 알게 되니, 감사함과 미안함이 뒤섞였다. 나는 종종 역사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이름과 연도들로만 기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무대 위에서 숨 쉬는 인물로 마주했을 때,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살아 있는 시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윤동주뿐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이 떠올랐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오히려 그 짧음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공연을 본 오늘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은 더 따뜻하고 깊게 만들어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윤동주처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정말 의미있는 공연을 보게 해주신 단장님과
연출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 멋진 공연을 올려주신 배우님들께도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