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한기원	작성일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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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단원 단합대회 후기

정준단원들이랑 단합대회로 뮤지컬 <민들레 피리>를 보러 갔다. 사실 보기 전까진 그냥 윤동주 시인의 삶을 다룬 공연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첫 장면이 나오는 순간부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 윤동주가 동생 일주랑 장난치고 웃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먹먹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밝은 장면인데도 마음이 찡했다. 아마도 그의 삶의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 웃음이 너무 따뜻해서 더 슬펐고, 그런 평범한 순간조차 지켜주지 못한 시대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동생 일주도 인상 깊었다. 겉으로는 철없는 동생 같지만,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걸 보면 어른보다 깊었다. 형을 원망하기보단 곁에 있어주려는 모습이 너무 짠했고, 그런 일주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윤동주의 시가 중간중간 나왔는데, 그냥 책에서 봤을 땐 외워야 하는 글이었는데 배우들의 연기랑 음악 덕분에 완전 다르게 느껴졌다. 시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콕 박혔고, 처음으로 진짜 그 시를 느꼈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 윤동주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거다. 시를 좋아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었던 사람. 그런 평범한 다짐이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든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그의 시와 태도가 오히려 가장 강한 저항처럼 느껴졌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게 무거워지면서도 따뜻했다. 우리는 지금 자유롭게 말하고, 꿈을 꿀 수 있지만 그게 당연한 건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 누군가는 그걸 위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 했다는 사실이 참 크게 다가왔다.
뮤지컬 감상 이후 고기를 먹고 장기자랑을 한 후 정준단원 단합대회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