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수린	작성일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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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공연관람 후기

연출선생님께서 배우말고 관객입장에서 써보라고 하셨는데 재밌을거 같아서 써본다 ㅎ 3번 봤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해서 하나만 쓰겠다.

옆친구랑 떠들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앤이 기차에 타있었다. 관객들도 본격적으로 극을 관람하기 전에 기차에 탄 앤을 보며 앤과 함께 설레할 것 같았다. 오프닝에서 처음에는 배우 한명만 불렀는데 친구들을 깨워주며 잔잔하게 극을 여는 느낌이라 좋으면서도 처음에 어린 친구들의 밝고 힘있는 목소리로 치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시간이 짧은 뮤지컬에서 서곡(overture)을 넣기 쉽지 않은데 오프닝 첫 소절을 한명이 부르고 동시에 배우들을 깨우는 안무를 함으로써 서곡 효과가 나는거 같기도 하다.

* 찾아보기 귀찮을까봐 써놓는다.
서곡은 뮤지컬에서 오프닝 넘버전에 작품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는 곡이다. 객석의 분위기를 정돈시키고 관객들이 극에 대한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역할도 한다.(라고 챗지피티가 그러네요.) 보통 오케스트라가 주요 멜로디를 연주하는게 대부분이지만, 배우 한명이 나와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멀티가 부르는게 서곡이라는게 아니라 서곡 느낌이 나는것 같다는 뜻으로 쓴거다.

다시 관람후기로 돌아가자면 오프닝 곡이 끝나고 앤이 등장했다. 혼자 춤추면서도 부르고 마차타고도 부르고 하는데 앤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것 같았다. 무엇보다 앤 역할 맡은 배우가 너무 신나보여서 진짜 귀여웠다. 다음 줄거리는 책에서 본것과 대강 비슷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들고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처음에 앤과 다이애나가 둘이 부르다가 다같이 나와서 신나게 부르는게 인상깊었다. 또 남자애들과 다이애나를 제외한 앤 친구 6명을 3:3으로 나눠서 앤을 싫어하는 무리, 좋아하는 무리로 나눈게 재밌었다. 조시파이 가발이 극 중 성격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애들 다 옷이랑 같은 색 같은 무늬 리본 달고 있는것도 너무 귀여웠다. 9번에서 앤이랑 길버트가 노래하는동안 뒤에 창문에 고개 빼꼼 보여주면서 화음 넣는 린드와 마릴라가 있었는데 아이들 학교 일 궁금해하면서 몰래 보는 느낌이 잘 나는것 같았다. 12번에서 집이 스르륵 빠지며 앤과 길버트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매튜의 노래 중간중간에 아이들의 대사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매튜 가사의 뜻이 더 잘 전달된 것 같다. 오히려 그 장면이 매튜 죽는것보다 슬프다는 애들도 많았다. 13번에서 다같이 파랑 노랑 졸업가운 입고 춤추는게 귀여웠고 그렇게 신나는 장면 뒤에 매튜를 죽여서 기쁨과 슬픔이 잘 대비되는 것 같았다. 중간에 자막에 1년전 이 뜨면서 앤과 매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살짝 울컥했다. 셋이 있다가 마지막에 매튜만 혼자 보내며 점점 멀어지는 장면도 슬펐다. 사실 나는 길버트와 앤이 화해한 후에 앤 혼자 부르는 노래에서 제일 뭉클했다. 가사가 너무 예쁘고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my house, my friends were in my dreams. It's all here as I imagined. I'm lucky' 라는 가사가 제일 뭉클했다. 이 노래 뒤에 전 출연진이 나오며 'Lucky me I dreamt of luck' 라는 가사를 'Lucky I met Anne'으로 이어 받는 느낌이 좋았다. 멀티의 대사를 기준으로 신나는 분위기로 바뀌는 부분도 신나고 재밌었다.
아쉬운 부분 두개만 뽑자면 극 길이상 어쩔 수 없겠지만 앤의 성장 과정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살짝 아쉬웠다. 내가 원작을 읽으면서 극단적인 사건이 딱히 없음에도 중간중간 뭉클해지고 다 읽으면 또 읽고 싶어졌던 그런 사소한 재미?감동?을 느꼈던 포인트가 앤의 성장이였다. 11살부터 시작해서 퀸스를 졸업한(레드먼드의 앤까지 읽으면 성인이된) 17살의 앤까지 조금씩 변하는 성격,특징과 마릴라가 성장하는 앤을 보며 느끼는 감정, 읽으면서는 앤의 일생을 함께하는 기분이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앤을 키운듯한 느낌이 내 '또 읽고 싶다' 포인트였는데 여기서 2번부터 11번은 아예 거의 11~12살에 일어난 일이고 12번부터 조금씩 성장하나 싶더니 13번에서 갑자기 17살이 되어버린다. (잠깐 배우 모먼트로 쓰자면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이라 특히 14,15번에서 성장한 앤을 확연한 차이를 두어 살리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다.) 대사, 노래등에서 앤이 성숙해지는 과정이 느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쭉 같은 나이의 앤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두번째로 아쉬웠던 거는 코러스가 가끔 몰입에 방해가 될때가 있었다. 코러스들이 춤을 못춰서 그렇다는게 아니라 5번,9번,14번,15번 등에서는 코러스가 오히려 시야방해 요소가 되면서 사이드에 앉으면 코러스에 가려 주인공들이 안보일때가 많았다. 또 개인적으로 특히 14번에서 매튜를 하늘로 보내는 안무?장면?은 좋았지만 그 전에 빠르게 도는 안무라던지 계속 움직이는 안무가 주인공들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경우가 있었다. (한번더 배우 모먼트로 가자면 보면서 코러스 할때 날갯짓 최대한 예쁘게 살짝살짝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관객들 방해 안되게 최대한 잘해야겠다.) 또 15번 앤 솔로가 제일 아쉬웠다. 뒤에 안무는 너무 예뻤는데 처음엔 앤한테 집중하고 싶은데 여기저기서 코러스가 한명씩 튀어나오니까 시야분산?되는 느낌이였다. 난 이 노래 가사를 너무 좋아하는데 양쪽에서 나오는 코러스들 보다보면 어느새 앤 노래는 그냥 배경음악이 되어버릴때도 있었다. 가사가 너무너무 예쁜데 좀 더 가사에(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뒤에 모든 배우들 나오면서 꽃봉오리처럼 모아지는 안무는 예뻤다.

오로지 관객 입장에서 써봤다. 사실 코러스도 하고 앤도 하는 입장으로서 어떻게 써도 배우로서의 관점이 들어갈 것 같아 조심하다 보니 자세한 부분은 많이 안 쓰게 된 것 같다. 가끔 관객입장으로만 바라봐 보고 그때 아쉬웠던걸 배우입장으로 고쳐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