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수민(봉)	작성일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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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놀부' 해외공연 후기

사실 이번 해외공연은 하기 전부터 정말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춘향 때의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들의 영향이었다. 그래도 모두 ‘흥부 놀부는 춘향 보다 훨씬 재미있다, 분위기도 훨씬 좋다’ 라는 말이 많아서 신청을 하게 되었지만, 오디션 준비를 많이 못하여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도깨비와 제비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나는 놀부네 가족을 엄청 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처음엔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도깨비가 가장 재미있는 역할이라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연습 첫 주 때는 안무만 했었다. 원래 처음 분위기가 쭉 간다고 그러는데 첫 연습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힘든 안무가 많았지만 모든 노래가 좋고 신나서 재미있었다. 물론 몸이 잘 안 따라주기는 했지만.. ㅎㅎ. .제비 춤을 추면서 너무 힘들어서 ‘이건 일회용춤이야’..라는 생각을 많이 하며 나를 위로하였다. 확실히 도깨비들 춤이 어렵고 동작이 많았지만 노래가 신나서인지 가장 재미있었다.
연습 둘째 주는 정기공연인 베니스의 상인을 끝내고 하느라 조금 늦게 했다. 심지어 첫 연습 때는 비가 많이 와서 연습이 취소되었다. 대사와 노래, 안무를 제대로 다 숙지를 했었어야 했는데 제대로 다 숙지가 안되었고 캐릭터 분석도 제대로 안 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매일 매일의 연습을 토해 다들 조금씩 느는 것이 보였다. 재효 오빠가 발목을 다쳐서 연습에 목소리만 참여한 것이 아쉬웠다. 계속 하면서 도깨비는 모두 건장한 천사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내가 맡은 도깨비2는 멍청한 게 매력이었다. 마지막 연습 때 까지도 대사 순서가 확실히 숙지가 안되 있었고, 산쥬와 자이얀트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공연을 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인도로 가는 날! 이때부터 떨리기 시작하였다. 공연을 앞둔 긴장감과 나에게 인도는 처음이고 주위에서 인도는 위험하다고들 해서 걱정이 더욱 가중되었다. 연습할 때 걸렸던 감기가 다 나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몸 상태에 대해서도 걱정이 되었다. 몸을 따듯하게 하고 목에 스카프도 두르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싱가포르 공항을 거쳐 델리공항까지 가는 일정으로 중간 기착지인 싱가포르 공항에서 육포도 사먹고 라면도 사먹으며 나름 즐겁게 델리로 갈 준비를 했다. 델리로 가는 도중에 비행기가 계속 한자리만 빙글빙글 돌고, 도착지가 바뀌어서 당황했지만 결국 델리공항에 잘 도착했다. 인도가 더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더웠다. 습기가 많아 더 더웠던 것 같다. 공항에서 자이얀트를 보고, 공항에서 약 40분 떨어진 호텔에 도착해 산쥬를 봤다. 둘을 보니 더 기대됐다!
산쥬와 자이얀트와 함께하는 첫 연습 날 이었다. 인도의 한국 문화원에서 안무부터 맞추어 보았고 확실히 둘이 있으니 완벽하진 않지만 뭔가 완성이 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 먹기 전에 런을 처음으로 돌았는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대사 실수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자이얀트와 산쥬는 둘 다 옛날부터 계속 흥부 놀부를 해와서 그런지 정말 잘했다. 아!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점심을 먹고 다음날 공연할 학교에 갔는데 강당도 크고, 무대도 컸다. 이 큰 무대에서 공연한다고? 설렘 반 불안 반 이였다. 학교에 들렀다가 다시 문화원가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배우고 연습을 하였다. 이날은 정말 기대감에 부푼 하루였다
인도에서의 공연은 총 4일 5번을 하였다. 첫 공 때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바닥도 미끄러워서 실수를 엄청 많이 했다. 마이크도 수경언니만 차는 바람에 노래 안에 있는 내 대사와 수민이의 대사까지 해야 돼서 많이 헷갈려 했었다. 나의 실수로 모두에게 너무 미안했다. ‘다음날에는 꼭 이 실수들을 만회하리’라고 다짐하며 공연을 끝내고 연습했다. 둘째 날 공연 때는 확실히 첫 공 때보다 많이 나아진것 같다는 느낌을 들었다. 그 날은 나도 마이크를 끼는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였다. 마이크를 낀 사람인지라 노래를 틀리면 안 되는데 계속 중간중간에 노래가사를 틀려서 당황했었다. 그러나 첫 공 때 안 돌아갔던 박도 돌아가고 첫 공 때의 실수를 어느 정도 만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ㅎㅎ. 다음날 공연이 두 번이라 이날은 일찍 잠들었다. 셋째 날에는 9시 반 공연, 11시 반 공연 두 번 이였다. 덕분에 더 일찍 일어나서 더 일찍 준비했다. 9시 반 공연은 무난히 지나갔다. 확실히 전날 공연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11시 반 공연을 다들 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전체를 보면 그렇지만 나만 보면 9시 반 공연을 더 잘했다고 생각했다. 11시반 공연은 뭔가 조금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공연 끝나자 내일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에 눈물부터 나왔다. 그래도 마음 추스르고 내일 공연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만 했다. 마지막 공연은 왠지 모르겠지만 떨리지 않았다. 앞의 두 날은 엄청 떨었는데.. 마지막 공연 .. 이번이 극단에서의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청 나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다. 특히 표정을 더 자유롭게 쓸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날 수경언니가 아파서 걱정됐지만 언니가 너무 잘해줘서 기쁘고 고마웠다.. 많이 아팠을 텐데 역시 언니는 언니였다. 막공에서의 엔딩 실수는 정말 너무 울고 싶을 정도로 억울하다
공연뿐 아니라 공연 중간중간 쇼핑도하고, 수영도 하며 재미있게 놀았고 특히 마지막 날 밤에는 애들과 다같이 모여서 얘기하다가 잠들었다. 우리는 모두 정말 친해진 것 같다. 그리고, 로디 가든, 간디 박물관, 인디아 게이트 등 여러 곳을 둘러보아서 재미있었다.
이번 해외공연은 나에게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애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모두 너무 착해서 별 탈 없이 즐거운 기억으로 마무리된 좋은 추억이 되었다. 캡틴인 민이 언니가 우리를 너무 잘 이끌어줘서 이렇게 잘 놀고, 공연도 잘 올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정말 다들 잘해줘서 너무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에도 흥부 놀부를 한다면 또 하고 싶다! 다음에는 놀부가족으로.. ㅎㅎ..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