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재효	작성일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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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 후기

초등학교 2학년을 시작으로 해서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합숙을 끝냈다. ' 이제 정말 끝이구나. ' 라는 생각 때문에 좀 섭섭하기도 했고, 그동안 쌓아왔던 추억으로만 남겠다는 그런 마음 때문에 이번 공연 한번쯤은 3박 4일이면 어땠을까 라는 마음이 좀 들었다.

여러모로 많은 일이 있었다. 떠드는 아이들도 있었고, 얌전한 아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도저도 아닌 사람도 있었고... 때로는 엇나가는 사람도 있고... 지금까지 합숙이라는 것을 하면서 겪어온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 내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었다.

나도 먹기 싫어했던 야채를 합숙에 와서는 자동으로 먹게 되었고,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체력단련은 다시 생각해봐도 필요했던 것 이였으며, 잠시나마 좋아했던 3박 4일에서 2박3일로 줄어들었던 일은 어느새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 같다.

이제는 하고싶어도 못할 나이가 되었다.
내가 10년을 이 자리에 있으면서 겪어온 모든 일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테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몰아내고 우리는 실수 투성이더라도 보람이 있었던 공연이든 후회가 있는 공연이든 열심히 준비를 해서 무대 위에 올렸다. 내가 다시 어려질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그 무대를 서서 더 열심히 했을텐데, 내가 다시 어려질 수 있다면... 애들한테 조금 더 잘 해줄텐데, 내가 다시 어려질 수 있다면... 하나라도 다른 친구들 위해 양보를 해주는 것인데... 하지만 이 10년간 해온 공연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랑 웃고 떠들면서, 때로는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춤 추기도 하는 그런 장소는 있어봐야 극단에서의 세월마냥 정겹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내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써
내 뇌리에서 지나가는 모든 주마등을 거닐고 다시금 후회 없을 더 큰 무대를 위해 나아가야겠다 결심하면서

합숙 장소를 뒤는게 돌아보며 떠났다.


지금 이 공연이 하기 싫고, 귀찮고, 정말 합숙소에서 주는 밥이 너무도 맛이 없다 투정부리는 아이들이 있다면... 지금 이 모든것이 나중엔 나처럼 후회가 많은 장소가 아니라 오로지 '추억'만이 자리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