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재효	작성일	20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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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뮤지컬 후기.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2학년때 공연을 처음 할 때는 “아 진짜 하기 싫어. 귀찮아.” 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대충 대사만 외워서 읽고, 노래 따라부르고, 무용 다른 형들 하는거 뒤에서 보고 따라하는 것에 그쳤던 제가 평강과 온달 때 처음으로 어워드가 생기면서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 나도 상 한번 받고싶다.” 몇번씩 관객을 보더니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 그 기분이 너무 짜릿하고 즐거웠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바보터끼 역할을 맡아 하던 때 저는 처음으로 베스트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 말 더듬으며 했던 연기는 제게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의 한 축이 되었어요. 저는 더 자신감을 갖고 이 무대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뮤지컬 어워드를 처음 했었던 “평강과 온달”에서 당당히 온달 연기로 대상을 받았었던 때, 저는 제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재미있는 존재다, 나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고 자부심을 갖게 되었었고, 그 자부심은 제게 “자만심”이 되어 제 목을 잡았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해도 그다지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고, 저는 그저 “연기”를 한다기 보다는 제가 갖고 있는 것 만으로 해결을 하는 물 위에서 본 빙산에 불과했었습니다.

아... 내가 잘 하는게 아니었구나.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구나. 이런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해외 공연을 가고 나서도 저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녔고, 무엇보다 “노력”을 하지 않고 제가 조금이나마 갖고있던 “소량의 재능”에만 치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되고나서야 저는 목소리와 몸짓으로만 연기하는 제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때는 너무나도 늦었었고, 제가 바라보는 산은 너무나도 큰 곳이었습니다. 더 잘 해보이거 싶었고, 더 멋져보이고 싶었지만 너무도 큰 욕망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너무도 부족했었죠.
하지만 이 “어린왕자”를 하며 저는 뭔가 잃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상과 관객의 관심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던 것이었고, 주변을 보는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협동과 호흡이 있어야 한 작품이 되는 것이고, 연기를 할 때에도 저에게만 치중한 채로 주변과의 호흡은 맞춰지지 않았었습니다. 뒤늦게서야 저는 제 방식을 고쳐먹고 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어린 친구들과 하나 하나 잘 되진 않더라도 어색하게나마 맞춰니가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녔습니다. 저는 그렇게 매력이 있는 것도,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무색에 가까운 저를 ‘연기’라는 존재는 색을 달아주었고, 선생님들과 주변의 동료들이 장식을 해줬던 것이였습니다.

제 연기는 아직 40%조치 된 것이 아니였습니다.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나온 제 모습은 ‘나’본연의 매력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저는 마지막이 되고나서야 알았습니다. 어린왕자에서 보여준 제 모습도 그렇게 잘 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대상을 받았던 온달의 모습도 어디까지나 제가 온달의 모습을 적게나마 잘 보여준 것에 불과했었다는 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지금 이 10년의 시간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극단 서울은 그걸 알려준 제 소중한 것이었고, 제 자만심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 존재였으며, 저에게 ‘연기’라는 삶의 일부를 부여해주었습니다.

마지막을 함께한 우리 A팀과 응원하고 같이 공연 했었던 모든 단원들... 그리고 제게 많은 가르침과 일침을 넣어주신 선생님들... 늘 무대를 마련해주시고 음악을 만들어주시던 분들, 분장 선생임들 전부전부 모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사랑합니다.
다음 공연 한 여름 밤의 꿈을 할 때 꼭 보러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